[EPL] 배고픔도, 기동력도 사라졌다 : 2024-25 맨시티 부진의 3가지 원인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까지 ‘절대 강자’의 대명사였습니다. 트레블, 4연속 프리미어리그 우승, 클럽 월드컵 우승까지… 모든 영광을 누린 팀이었습니다. 그러나 2024-25 시즌, 시티는 4위로 리그를 마무리하며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도 조기 탈락했고, FA컵 우승조차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무너뜨렸을까요? 이번 시즌 맨시티의 부진은 단순한 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핵심 원인 세 가지를 짚어보며, 다시 강해질 맨시티를 위한 단서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동기부여 실종 : 정상 그 너머의 공허함
맨시티는 모든 걸 이룬 팀이었습니다. 트레블, 슈퍼컵, 클럽 월드컵, 프리미어리그 4연패. 선수들은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는 심리적 상태에 직면했습니다. 실제로 주포 엘링 홀란드는 인터뷰에서 “우리 안에 완전한 배고픔이 없었다”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이러한 정체는 필 포든의 시즌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는 10골에 그치며 작년과 같은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죠. 경기 외적으로는 정신적인 어려움과 발목 통증이 지속됐고,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경기장 밖에서의 문제들이 정신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그의 발언은, 현재 맨시티가 안고 있는 내부적 무기력을 상징합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이 문제를 인정했습니다. “선수들이 회의를 열어 스스로 동기부여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상에서 내려오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정상을 유지할 동기를 잃은 것이었습니다.
로드리의 부재 : 중원의 절대자 없이 무너진 밸런스
맨시티는 로드리가 없을 때 전혀 다른 팀이 됩니다. 2024년 9월, 아스널전에서 입은 십자인대 부상은 팀의 경기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겼습니다. 그는 시즌 대부분을 결장했고, 니코 곤살레스가 대체자로 투입됐지만 역할은 미미했습니다.
로드리가 빠진 이후 맨시티는 13경기에서 단 1승. 중원에서의 점유율과 전환 템포가 급격히 낮아졌고, 공격과 수비를 잇는 연결점이 사라졌습니다. 이는 상대팀이 맨시티의 뒷공간을 노리는 데 더욱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고, 경기의 주도권이 쉽게 넘어가게 되는 원인이 됐습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중원 조합에 계속 손을 댔지만, ‘로드리 없는 맨시티’는 전혀 다른 팀이었음이 명백했습니다.
노쇠화 : 압박은 헐거워졌지만, 라인은 여전히 높았다
맨시티의 평균 연령은 27.3세, 선발 라인업 기준으로는 29세를 넘겼습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베테랑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시티의 전방 압박은 이전처럼 촘촘하지 않았고, 스프린트 횟수와 강도는 분명히 낮아졌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방 압박이 약해졌음에도 과르디올라는 기존 전술 철학대로 수비라인을 여전히 높게 유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원에서 공이 끊기면 수비진 뒤 공간이 넓게 노출됐고, 빠른 전환을 활용하는 팀들에겐 이상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11월 토트넘전 0-4 패배는 이러한 문제의 상징이었습니다. 시티는 상대의 빠른 역습과 속도에 대응하지 못했고, 수비진이 지속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카일 워커, 더 브라위너, 귄도안 등 핵심 베테랑들의 기동력 저하는 시스템 붕괴로 직결됐습니다.
압박과 커버의 균형이 무너진 팀, 맨시티는 더 이상 ‘기계처럼 돌아가는 팀’이 아니었습니다.
과르디올라의 리빌딩 예고, 다시 강해질 맨시티?
시즌 종료 후, 펩 과르디올라는 “이제는 스쿼드를 줄일 때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떠나겠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불만이 아닌 리빌딩을 예고하는 선언이었습니다. 맨시티는 많은 베테랑과 과포화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동시에 선수들 간의 경쟁심과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과르디올라는 이를 인지했고, 더 작고 효율적인 팀을 구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지금은 왕조의 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펩은 이전에도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에서 리빌딩을 통해 팀을 다시 최고로 끌어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맨시티도 다시 그 길을 걸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25-26 시즌, 새로운 동기와 에너지로 무장한 맨시티는 다시 ‘그들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팬들의 시선은 이미 다음 시즌을 향하고 있습니다.